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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카페와 공유오피스, 디지털 노마드를 품을 수 있을까?

by 늦봄이 옵니다 2025. 5. 23.

카페 디지털 노마드
카페 디지털 노마드

공간을 넘는 일과 삶의 실험, 그 안에서 우리는 어디에 머물 수 있을까

디지털 노마드는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노트북 하나와 와이파이만 있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 흐름은 이제 한국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묻습니다.
“한국에서는 과연 디지털 노마드로 살 수 있을까?”
“카페에서 일하면 눈치 보이지 않나요?”
“공유오피스는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이번 글에서는 한국의 카페와 공유오피스가 디지털 노마드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인지,
그리고 그 너머로 어떤 새로운 공간의 가능성들이 열리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일하는 공간으로서의 카페: 노마드를 위한 낭만과 현실 사이

한국의 카페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만큼 발달해 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지역별 로컬 카페까지, 와이파이, 콘센트, 좌석 구성 등 업무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자연스럽게 카페를 하루의 작업 공간으로 선택합니다.

특히 서울, 부산, 제주 같은 주요 도시의 중심지는 노마드 친화적인 카페 밀집도가 매우 높습니다.
앉자마자 노트북을 펼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혼자서 오랜 시간 머물러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커피 한 잔 값만으로 쾌적한 공간과 와이파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율적인 선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엔 시간제 압박, 소음, 프라이버시 부족, 와이파이 불안정, 노트북 사용자 제한 안내 같은 낭만의 반대편 현실도 존재합니다.
디지털 노마드에겐 ‘하루 몇 시간의 작업’이 아니라 ‘일상 전체’가 공간과 맞물리기 때문에, 카페는 여전히 작업 보조 공간 이상으로 확장되기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의 카페는 디지털 노마드에게 있어 일시적인 몰입 공간은 가능하지만, 장기적인 루틴 공간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는 이중적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유오피스의 현재: 노마드를 위한 공간인가, 기업을 위한 공간인가?

공유오피스는 한때 스타트업과 프리랜서, 1인 기업을 위한 혁신 공간으로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기업 중심의 운영 구조로 재편된 경향이 강합니다.
WeWork, Fastfive, Sparkplus 등 한국 내 주요 공유오피스 브랜드는 대부분 정기 사용 고객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월 단위 요금제, 고정 좌석 중심, 출퇴근 시간 운영 등은 디지털 노마드의 유연한 생활 방식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시간권, 일일권 등 유동적 요금제를 제공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 성수, 강남권에는 단기 이용이 가능한 오피스 공간이 꽤 많으며,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 커피 및 프린트 제공, 네트워킹 이벤트 등을 통해 프리랜서나 노마드에게도 매력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공간이 기업 회의실, 스타트업 데스크, 고정 이용자 중심의 설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노마드에게 필요한 가벼움, 유연성, 이동성을 수용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또한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일일 이용료 2만 원 이상, 월 단위 최소 30만~50만 원대의 부담은 꾸준히 체류하려는 노마드에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공유오피스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공간을 갖추지 못한 고정 근무자들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능성은 있다: 한국형 워케이션 공간의 실험들

다행히도 최근 한국에서는 기존 공간을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노마드 친화 공간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일하는 곳’을 넘어, 살면서 일할 수 있는 생태계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워케이션 복합공간: 제주, 강릉, 여수, 남해 등지에선 숙소+작업 공간+네트워킹이 결합된 복합 공간이 늘고 있습니다.
예: 제주 ‘노마드 하우스’, 강릉 ‘콘크리트 커먼즈’, 포항 ‘스테이앤워크’ 등
로컬 기반 코워킹 스페이스: 포항, 순천, 전주 등에서는 로컬 창작자들과 외부 유입 노마드를 연결하는 커뮤니티형 공간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역 창업지원센터, 예술센터, 창작공간 등이 이 실험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유휴 공간의 전환: 폐교, 폐창고, 전통가옥을 디지털 유목민 전용 공간으로 바꾸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장소 제공을 넘어, 공간과 콘텐츠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합니다.
이런 공간들은 아직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선 보기 어렵지만, 지역 기반의 워케이션 흐름을 이끄는 중요한 실험들입니다.
단지 일하는 공간을 넘어서, 지역성과 연결되고,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루틴이 가능해지는 공간들인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한국의 카페와 공유오피스는 분명 디지털 노마드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살면서 일한다’는 노마드의 삶 전체를 담아내기엔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의 여러 지역에서는 기존 공간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노마드를 위한 숙소, 일터, 커뮤니티, 콘텐츠가 하나의 흐름 속에서 연결되며, 진짜 의미의 ‘디지털 노마드 생태계’가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결국 중요한 건 ‘공간’ 그 자체보다, 그 공간에서 내가 어떻게 나만의 루틴과 리듬을 설계해나갈 수 있는가입니다.
노트북을 열 수 있는 장소는 많아졌지만, 그곳이 나를 품어줄 수 있는지는 여전히 스스로 경험하며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오늘 당신은 어디서 일하고 계신가요?
그 공간은 단순한 일터인가요, 아니면 삶의 일부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