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사무실에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기까지
"일은 무조건 회사에서 해야지."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상사가 안 보면, 과연 내가 일할 수 있을까?"
한때 나도 이런 생각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다. 하지만 디지털 노마드로의 삶을 직접 선택하면서, 내가 오래도록 붙잡고 있던 '직장인의 고정관념'이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노트북 하나 들고 여행을 하면서도 일을 병행하는 삶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가능하고, 효율적이며, 무엇보다 나다운 삶을 되찾는 과정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오며 실제로 깨달은 세 가지 고정관념의 붕괴 과정을 공유해 보려 한다.
일은 반드시 '사무실'에서 해야 한다는 착각
나는 늘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정상’이라 생각했다. 회사의 책상, 형광등 아래 익숙한 풍경이 아니면 집중이 안 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보며 깨달은 건, ‘일의 장소’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카페 한구석, 공항 라운지, 게스트하우스 거실에서도 업무는 충분히 가능했고, 오히려 더 집중이 잘 되는 날도 많았다.
장소가 달라지면서 일의 방식도 바뀌었다. 불필요한 미팅 없이 본질적인 업무에만 몰입할 수 있었고, 다양한 환경에서 오는 자극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주 떠올리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자각이 더 깊어졌다. 사무실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 일했다고 착각했던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출근시간=생산성’이라는 환상
디지털 노마드를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무너진 두 번째 고정관념은 ‘출근시간이 생산성을 보장한다’는 믿음이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9시에 무조건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했고, 6시 이전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건 눈치가 보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정말 모두 생산적이었을까?
지금은 내 생체리듬에 맞춰 하루를 설계한다. 새벽이 가장 집중 잘 되는 시간이면 새벽에 일하고, 피곤한 날은 충분히 자고 오후부터 일하기도 한다. 하루 8시간이라는 시간 틀보다는, 2~3시간의 깊은 몰입이 더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낳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다. 출근시간이라는 ‘형식’보다는, 일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은 것이다.
상사의 관리 없이도 스스로 일할 수 있을까?
회사에 있을 땐 상사의 지시, 마감 기한, 팀 분위기가 내가 일을 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그래서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혼자 일하게 됐을 때, 과연 내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건, 오히려 더 주도적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매일 아침 할 일을 스스로 정하고, 시간 배분을 고민하며 일정을 설계했다. 실수하면 내가 책임지고, 성과가 좋으면 내가 바로 보상을 느낀다. 일에 대한 주인의식은 강해졌고, 의사결정도 빨라졌다. 이제는 상사의 감시 없이도 꾸준히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통제해야 일한다'는 고정관념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마무리하며: 자유의 진짜 의미를 묻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면서 깨달은 가장 큰 변화는 ‘자유’라는 단어의 의미였다. 단순히 장소의 자유, 시간의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내 삶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유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직장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수많은 고정관념이 무너졌고, 그 자리에 더 본질적이고 나다운 기준들이 생겼다.
물론 이 삶이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번쯤은 "왜 나는 이렇게 일하고 있을까?", "이 방식이 정말 나에게 맞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것, 그것이 디지털 노마드 정신의 시작일지도 모른다.